최근 국회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119구급대에 병원 선정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입법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119와 응급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긴다"며 "지금까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동료'였지만, 앞으론 서로 죽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원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2024년 낙뢰를 맞은 20대 교사를 기적적으로 살려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방송에 출연, 대중에게 알려진 바 있다.
조 교수는 11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 논의되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대해 "(119가) 지금처럼 응급실에 '수용 가능합니까?'라고 묻지 않고 '지금 환자 갑니다' 통보하고 무작정 밀고 들어오겠다는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이 방식이 겉보기에는 '응급실 뺑뺑이'를 없앨 수 있을 것 같지만, 배후진료 역량 부재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판단 주체만 바뀔 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조 교수는 "119가 병원을 선정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응급실이 언제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대기' 상태여야 한다"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중증 환자를 위해 병상과 인력을 비워두면 되나 대한민국 응급실에서 그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119가 권한을 휘두르면 응급실은 더 이상 119 전화를 안 받을 것이다. 환자가 도착하면 아주 차가운 '팩트'만 말하게 될 것"이라며 "119가 데려왔지만, 보시다시피 앞 환자 시술 중이라 대기하셔야 합니다. 골든타임 내 시술?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예시를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119가 골든타임 놓친 환자들에게 소송당하는 일이 터지면 그제야 의사들이 환자를 안 받은 게 아니라 '못' 받았던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뉴스 카메라는 구급차가 아니라, 마비된 응급실과 119의 오판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선정이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환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의료적 판단에 해당하는 만큼 책임 소재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 교수는 법안 통과 시 119구급대와 응급실이 협력 관계가 아닌 갈등 관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19가 '문의'가 아닌 '통보' 후 데려온 환자가 수술 등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과거 '도떼기시장'처럼 환자로 가득 찬 응급실이 재현되는 것이 의료진과 구급대 사이 분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현장에서 지역 의료진, 구급대원들과 소통하며 신뢰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보려 발버둥 쳤다"며 "그런데 막무가내 제도 추진 덕에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한탄했다. 이어 "응급의료는 119와 병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쪽에 권한을 몰아주고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진짜 해결책은 응급실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119와 병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