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노골적 지연, 13일 구형… 金측 “다음주 추가 재판해요 그냥”
변호인들 6시간 넘게 릴레이 진술
尹측 “비몽사몽 변론 맞지 않아”… 지귀연 “새벽 재판 힘들다” 연기
1심 선고는 예정대로 2월에 할듯
“피고인의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변호인의 재판 지연 행위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셈이다.”
9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공판이 이례적으로 길어진 끝에 결국 13일로 연기된 것을 두고 한 변호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다른 법원장 출신 변호사도 “재판장이 단호하게 끊을 땐 끊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이 내란 혐의와 관련 없는 발언을 이어가거나, 기존과 같은 발언만 되풀이하는 상황에선 재판장이 제지하면서 적절하게 소송 지휘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 金 측 ‘마라톤 서증조사’에 尹 측은 “비몽사몽 맞지 않아”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8명의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제출한 서류증거(서증)에 대한 의견을 확인한 뒤 내란 특검의 구형 의견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까지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순서였던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오후 10시 가까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이달 13일 추가 기일을 잡아 윤 전 대통령 측 의견 진술과 특검 구형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계획을 바꿨다.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시작된 재판에서 김 전 장관 측은 변호인단은 한 명씩 릴레이로 1∼3시간씩 의견 진술을 이어갔다. 특검 측이 변호인의 발언 속도를 문제 삼으며 “너무 느리다. 빨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는 “내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재판이 지연되자 지귀연 부장판사는 “겹치지 않게 해주면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발언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오후 4시 넘게까지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계속되자 지 부장판사는 “오후 5시까지만 하라”고 제안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개의치 않고 변론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측도 “검찰이 서증조사를 7시간 했는데 모든 피고인도 7시간씩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가 오후 휴정 중 박억수 특검보에게 “다음 주에 (추가로 재판)해요 그냥”이라고 하자, 박 특검보는 “그쪽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이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측과) 한 팀이잖아요”라고도 했다.
결국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 부장판사는 “다른 피고인이 먼저 한 뒤 이어서 하라”고 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변론 이후 다시 김 전 장관 측 변론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측도 최소 3시간 이상 변론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윤 전 대통령 변론을 비몽사몽인 상황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 모두 결심을 미루자고 나선 것.
결국 이날 밤 12시를 넘겨서도 변론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지 부장판사는 결심공판을 13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준비해 오신 분들이 에너지가 있을 때 말씀하시게 하는 게 공평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며 “또 (결심공판을) 새벽에 진행하는 건 제대로 된 변론이라고 하기도 힘들 거 같다”고 했다. 이를 변호인들이 받아들이면서 결심공판은 결국 13일로 연기됐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이 이날 하루 종일 변론을 진행한 것을 놓고 법원 안팎에선 “노골적인 재판 지연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2월 초 법관 정기 인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재판부가 이 기간 전까지 1심 판결을 선고할 수 없도록 재판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 다만 지 부장판사의 소송 진행을 놓고 법원 안팎에서는 “당사자들의 재판 불복을 막기 위해 최대한 발언 기회를 주려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 “사실상 사형제 폐지” vs “전두환보다 죄 가볍지 않아”
반면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특검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이후에도 대통령 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96년 12·12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관련 내란 수괴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엔 내란목적 살인 혐의도 적용됐기 때문에 두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