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달라진 제야(除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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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1.01. 오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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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除夜)의 밤, 미국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볼 드롭(Ball Drop)은 최고 인기의 새해맞이 이벤트다. 그믐밤 11시 59분부터 1분간 카운트다운을 하며 대형 크리스털 볼을 수십 m 아래로 내려보낸다. 그 장면을 보려고 하루 전부터 100만명 넘게 몰려들어 노숙을 하고 전 세계 수십억 명도 각종 미디어로 지켜본다. 함께 펼쳐지는 축하 쇼는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초대받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시드니 하버브리지 상공과 런던 템스강변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남반구 최대 여름 새해맞이 행사인 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 축제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송구영신 이벤트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대만 타이베이의 101빌딩도 새해맞이 이벤트 장소로 사랑받는다.

▶우리 조상들은 새해맞이 행사로 포(砲)를 쐈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이 쓴 ‘세시풍요(歲時風謠)’에 ‘포 쏘는 소리마다 대궐이 진동하고, 사귀 쫓고 통금 푸니 연말이라네’라고 했다. 지금처럼 종을 치는 것은 식민지 시기 일본에서 비롯됐다. 1927년 일본의 한 방송국에서 범종 타종 소리를 송출한 것이 전국에 퍼졌고 한반도에도 전파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우리 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세계인과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에 걸쳐 서울 광화문 광장과 명동 일대에서 펼쳐진 제야의 밤 풍경은 이전과 확 달랐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화려한 미디어 쇼가 어우러진 거대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장으로 탈바꿈했다. 코리아나호텔 등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9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도 말이 뛰노는 대형 캔버스로 변신했다. 광장에선 한류 패션쇼와 K팝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열렸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과 동대문 DDP에서도 축하 쇼가 이어졌다.

▶이날 제야 이벤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실시간 댓글 창에 ‘한국의 새해를 축하한다’는 한류 팬들의 덕담이 이어진 것도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이 타임스스퀘어에 모여 ‘해피 뉴이어’를 외치던 모습을 광화문과 명동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말의 해가 밝았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말에 매혹됐다. 상체가 인간, 하체는 말인 켄타우로스는 인간의 지혜와 말의 힘을 한 몸에 지니고 싶은 바람이 탄생시킨 신화 속 영물이다. 새해는 말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세계 속의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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