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고조 속… 李대통령, 방중 일정 시작

입력
수정 2026.01.05. 오전 10:52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中, 마두로 체포 놓고 강력 반발
오늘 정상 회담서 언급 가능성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공군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박 4일간의 첫 중국 국빈(國賓)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대통령의 방중은 2019년 이후 7년만이다. 이 대통령은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은 서우두공항에서 이 대통령을 영접하는 대표로 인허쥔(陰和俊) 중국 과학기술부장(장관)을 보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국빈 방중 때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보내 ‘의전 홀대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엔 급(級)을 높인 셈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경주 회담 이후 2달여 만이다. 양국 정상은 북핵과 한반도 문제, 중국의 서해 인공 구조물 설치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서 중국의 지지를,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에서 한국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둔 국제 정세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방중 직전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다. 중국은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고, 시 주석이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비난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상황이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중국으로 출발하기 4시간여 전 동해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의 대응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방중 첫 일정으로 교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외교 성과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후퇴해 있었던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한 것은 최대의 성과이자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조어대(釣魚臺·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영빈관)는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 회담이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언급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면서 “사실 저의 기억으로는 1월만 되면 ‘2·3월에 중국에서 미세먼지 분진이 날아오는데 어떡하냐’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런 걱정을 거의 하지 않게 됐다.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했다. ‘푸른 하늘 보위전’이라고 불리는 미세먼지 저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초반 핵심 사업이었다.

이 대통령은 5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은 한한령 해제와 문화 콘텐츠 교류 복원, 경제·산업·기후 등 분야에서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한 ‘관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다. 이와 함께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 측 지지를 얻으려는 목표도 있다.

청와대는 중국이 이날 공항 영접 인사로 인허쥔 과학기술부장(장관)을 보낸 데 대해 “중국 측이 새해 첫 국빈 외교 행사를 통해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작년 11월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공항 영접에 나간 것에 대한 답례라는 해석이다. 다만 작년 북한, 프랑스 정상이 방중했을 때는 왕이 외교부장이 영접해 ‘외교적 의미’를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무 협력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방중 직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하면서, 이번 사건이 한중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변수로 등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적 행위는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도 주장했다.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노선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하필이면 지금이냐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복원하려는 계획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방중 당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대한 ‘시위’인 동시에 한중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한국 주도로 논의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비핵화 문제 언급을 회피할 경우 한국 내 여론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원잠을 ‘대중 견제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 핵잠 추적을 위한 원잠 필요성을 제기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이달 중순쯤 방일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 갈등이 고조된 중일 관계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일본에 대해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이슈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