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업 ‘숙련공 리스크’ 현실로...한화, 훈련함 인도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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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1.07. 오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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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작년 8월 26일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해사청(MARAD)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K-조선’의 기치를 내걸고 미국 방산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한 한화오션이 미국 현지 조선소의 낙후된 설비와 인력 수준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에서 건조 중인 약 3억3000만달러(약 4780억원) 규모의 최신형 훈련함이 시운전 중 운항에 필수적인 구동 계통에서 결함을 일으켜 인도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닌, 붕괴된 미국 조선업 생태계의 민낯이자 한화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6일 미 언론에 따르면,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된 미국 교통부 산하 해사청(Maritime Administration)의 훈련함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가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시운전 과정에서 추진 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추진축과 선미 튜브 베어링에서 결함이 발견됐는데, 이는 선박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부품으로 전해졌다.

해당 결함으로 인해 배는 작년 9월 다시 드라이도크(건조해)로 올려졌으며, 핵심 부품을 뜯어내고 재설치하는 대수술을 받고 있다. 추가 작업을 위해 훈련함의 인도 시점은 당초 예정됐던 2025년 말에서 2026년 2월 이후로 미뤄졌다. 해당 선박은 본래 2024년 인도를 목표로 했던 프로젝트였으나, 이미 한 차례 일정이 지연된 상태에서 이번 기계 결함까지 겹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추진축 정렬과 베어링 설치는 선박 건조 공정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최첨단 전투 체계도 아닌, 기계적인 기본 구동부에서 이런 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미국 현장 인력의 숙련도가 얼마나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부담이 고스란히 현재 주인인 한화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2024년 12월)하기 훨씬 전부터 건조가 시작된 프로젝트다. 사실상 전 주인(노르웨이 아커 그룹 시절)의 관리하에 건조된 선박이지만, 최종 마무리를 짓고 하자를 보수해야 하는 몫은 현 소유주인 한화 몫으로 남았다.

한 현지 소식통은 “한화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클 것”이라며 “이미 엉망으로 건조되고 있던 배를 넘겨받아 ‘설거지’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열린 명명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한미 동맹과 기술 협력을 과시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품질 이슈가 터지며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는 한화가 단순히 조선소를 ‘인수’하는 것을 넘어, ‘정상화’시키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험난하고 비용이 많이 들 것임을 시사한다. 낙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숙련공을 키워내는 것은 돈과 시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진축 결함 사태는 미국 조선업 인프라가 붕괴 직전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한화가 이 ‘레거시 리스크(Legacy Risk)’를 얼마나 빨리 해소하고 한국의 선진화된 생산 관리 시스템과 기술을 이식하느냐가 미국 시장 안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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